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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래처럼… 덤덤히 떠난 ‘캐나다의 음유시인’

최근 세상을 떠난 캐나다의 가수 레너드 코언은 지독한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부터는 통증이 심해져서 음반 녹음 중단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결국 코언은 작곡가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아들의 도움을 받아서 휠체어에 앉아 노래하며 가까스로 녹음을 마쳤다. 타계 한 달 전 출시된 그의 14번째 스튜디오 음반 ‘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You Want It Darker)’는 결국 유작(遺作)이 됐다.

코언의 ‘백조의 노래’가 된 이 음반을 들어보면, 그가 왜 밥 딜런과 더불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는지 대번에 실감하게 된다. 첫 곡인 동명(同名) 타이틀 곡 ‘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부터 코언은 문학적 비유로 가득한 가사와 빈틈없는 운율을 들려준다. “당신이 딜러(dealer)라면 난 게임을 그만두겠지. 당신이 힐러(healer)라면 난 망가지고 절뚝거리겠지”(‘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 특유의 저음으로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과거의 ‘음유시인’이 우리 시대로 걸어나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실제 코언의 꿈은 가수보다는 시인이나 소설가에 가까웠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56년 첫 시집을 냈고, 1963년에는 첫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결국 1967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선불교에 심취해 1994년부터는 음악 활동을 중단한 채 5년간 수도원 생활도 했다. 사랑과 신앙, 고독과 절망이 뒤섞인 가사도 이처럼 독특한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라디오 애청곡이었던 ‘난 당신의 남자(I’m Your Man)’가 유명하다. 해외에서는 ‘할렐루야(Hallelujah)’가 그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1984년 발표 당시에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31세에 요절한 가수 제프 버클리(1966~1997)의 리메이크 버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뒤늦게 코언의 원곡도 재조명을 받았다. 밥 딜런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200여 명이 이 곡을 불렀다.

유작이 된 이번 음반의 ‘테이블을 떠나며(Leaving the Table)’에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이렇게 읊조린다. “내가 이렇게 된 것에 별다른 이유가 필요하진 않아. 지겹고 따분한 변명거리들은 있으니까. 난 테이블을 떠나네. 게임을 그만두려고 해.” 그렇게 조용하고 덤덤하게 ‘캐나다의 음유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다.

캐나다 문학

캐나다 문학(영어: Canadian literature)는 캐나다에서 집필, 출판된 문학이다.

역사

캐나다 문학의 탄생은 다른 영어권에 비해 늦게 19 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토마스 챈들러 핼리버튼이 The Clickmaker; or the Saying and Doings of Sam Slick of Slickville를 1837년에 발표,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 시인 이사벨라 봐렌시 · 크루 포드도 같은 시기에 작품을 만들었다. 아치볼드 램프맨이 Among the Millet을 1888년에, Lyrics of Earth를 1896년에 발표하였으며 수잔나 무디는 Roughing it in the Bush; or Life in Canada를 1852년에, Life in the Clearing versusu the Bush을 그 이듬 해에 발표했다.

20세기가 되면서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 머리 앤”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도 대표적인 캐나다 문학으로 인식되고 있다. 불어권 작가로는 Gabrielle Roy와 단편 작가 Nicolas Dickner, 아이티 출신의 Marie-Célie Agnant , Jean-Paul Desbiens 등이 기여하고 있다.

“시녀 이야기”로 유명한 마가렛 애트우드, 얀 마텔 등 부커상 수상 작가와 제프 라이먼, 로버트 J. 소이어 같은 SF 작가도 활약하고 있다.

일본계 캐나다인 문학으로 테리 와타다, 로이 미키, 조이 코가와, 케리 사카모토 등이 있다. 시마자키 아키는 프랑스어로 집필하고 있다.

[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김지하 시인에게 듣는 희망 메시지

세월호가 물에 잠기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김지하 시인(73)이 서너 번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슬픔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죽은 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모든 국민이 상(喪)을 당한 것처럼 비탄에 빠져 있는 데다 다들 예민한 시기라 감히(?) ‘희망’을 말하는 그의 말을 전한다는 게 시기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제 참사가 한 달여를 넘겼다. 대통령 담화가 나오고 새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인 22일 그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간 것은 한 가닥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 시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터뷰에는 그의 아내이자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이 함께했다. 김 이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맹골수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하도 답답해 다른 나라는 어땠는지 훑어보니 우리만 이런 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더한 일도 겪었더라. 그들은 천천히 변해왔는데 우리는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과정이 더 치열하고 아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아이들 죽음을 어떤 역사적 소명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이어 김 시인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정신”이라고 말을 받았다.

“우리 민족정신의 핵심을 짚어 올린다면 어둠에서 빛을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6·25전쟁도 겪은 민족이다. 극도의 절망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많다.”

―최근 겪은 비극으로는 ‘광주’도 있다.

“감옥 안에서 ‘광주’를 듣고 더이상 정치투쟁으로는 민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출소해서 생명 문제를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든 이번 비극도 잘 승화시켜야 한다. 아이들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단원고 아이들이 욕되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을 거국적으로 반성하게 해준 거다. 대한민국이 다시 제대로 가도록 인도를 해준 거다. 그들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감은 눈이 내 얼굴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안태운의 시집을 읽는 세 가지 키워드

 


원으로 휘도는 물의 파형이 역으로 너희의 몸을 맴돌고 있다. 탕을 점유하고 있었다. 물은 멈추지 않고 있었고 탕은 그런 물을 보존하고 있었다.

-「탕으로」에서

이것은 어느새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밀려들어 해변을 채우는 파도, 거대한 욕탕을 채운 뜨거운 물이 빠져나가는 순간, 빗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신속하게 내려서 어느새 발목을 채우는 폭우의 장면이다. 35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출간된 안태운 시인의 첫 시집은 이렇듯 액체의 성질을 띠고 있지만 그 견고함이 대단해서, 마치 물로 만든 집 같다. 이 시집이 자아내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처럼 견고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말캉했더라면 나는 이 시집을 물줄기로 짠 스웨터라고 했을 것이다. 실을 하나하나 엮어 짜듯 그렇게 촘촘하다. 이토록 견고한 시의 집을 지은 안태운 시인은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 속 막내 돼지 같다. 꼼꼼하고 섬세한 막내. 동화 속 막내 돼지는 형들이 지푸라기나 나뭇가지로 단번에 집을 지을 때, 혼자서 한 장 한 장 벽돌을 고르고 쌓아 올리며 그 벽돌과 벽돌의 사이를 단단하게 바른다.


사이

이 시인은 ‘사이’에 대해서도 익숙하다. 늘 사이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인의 말이다.

뒷모습과/ 뒤를 돌아보는 모습/ 사이에서/ 걷고 있었다

시인은 순간의 순간, 찰나의 찰나를 붙잡는다. 그리고 그 틈을 벌린다. 시간과 시간 사이, 걸음과 걸음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마주치는 시선과 시선의 사이, 물과 물의 사이. 사이는 틈이기도 하고, 틈은 자리이기도 하다. 시인은 자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곳에 자리를 만들고, 그곳에서 천천히 걷는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천천히 본다는 것. 시인이 적어 내려가는 시의 이미지는 천천히 흐른다. 간혹 퍼붓는 폭우 같은 이미지가 나타나더라도 그 힘찬 기세마저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역동적인 동시에 느린 이미지. 이 역설적인 독특함이 시집을 ‘물로 짜여진 집’처럼 느껴지게 한다.


만남 

사이는 만남이 있어야 생긴다. 이 시인은 만남에 대해 아름다운 문장을 쓴다. 만나는 일을 두고 호들갑떨거나 과장하지 않는데 시인이 묘사하는 만남은 아름답다. 꽃을 건네고 무릎을 꿇는 로맨틱한 장면이 아닌 만남의 일상을 기록하는데 그 행동들은 어쩐지 로맨틱한 구석이 있다. 계절이 바뀌어 가는 동안에 오래 걷고, 네가 좋다고 말하고, 서로의 일기를 쓴다. 고개를 끄덕이고, 응시하며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너와 만나고 있다, 계절의 순환 속에서. 나는 너와 오래 걸었고 네가 좋다. 네가 좋았다. 너도 그럴 것 같고 나는 너의 일기를 쓰려 한다. 너는 허락한다. 나는 너의 일기를 쓰고 너도 너의 것을 쓰자. 우리는 서로 쓴 일기를 보여 주진 않으리라 맹세한다. 볼 수 있어선 안 된다고. 안 됩니까. 너는 끄덕인다. 너를 응시한다. 공백을 채우면서 다음 계절을 보태고 있었다.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나는 일기를 쓰고 있다」에서

전문은 읽어 보면 이것은 연애시가 아닌데, 이런 만남이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는 시의 일부분은 더할 나위 없는 연애시다. 안태운 시인의 시는 항상 그런 것과 아닌 것이 뒤섞여 있다. 연애시라면 연애시인 대로, 연애시가 아니라면 연애시가 아닌 대로 아름답다. 시집 제목처럼, 눈을 감으면 보이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아닌가.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읽어도 좋을 이 시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시집을 펼치면 흐르는 글자들에 흠뻑 젖게 되지만 축축하지 않고 산뜻한 안태운이 지은 물의 집으로. 글자와 글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연애시와 연애시 아닌 것의 사이 어디쯤에서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 쇳물 쓰지 마라’ 댓글 시인 제페토 첫 시집

2010년 뒤 댓글 시 포함 120여편
한국 사회 아픔·그늘진 곳 ‘눈길’
신원 확인 거부…40대 남성 추정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 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새끼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그 쇳물 쓰지 마라’ 전문)2010년 9월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젊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용광로에는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들어 있어 숨진 이의 주검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이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제페토’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이 조시(弔詩) 형식으로 쓴 댓글이었다. 여느 댓글과 달리 시 형식을 띤 이 댓글에는 다시 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일각에서는 시에 쓴 대로 숨진 청년의 추모 동상을 세우자는 모금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제페토는 그 뒤에도 시 형식 댓글을 꾸준히 달았고, 그의 댓글 시를 부러 찾아 읽는 독자들도 생겨났다. 제페토에게는 ‘댓글 시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수오서재 펴냄)는 제페토가 쓴 댓글 시 120여편 가운데 80여편과 그가 따로 블로그에 쓴 시 47편을 한데 묶은 책이다. 블로그에 쓴 시 역시 표제작의 후일담에 해당하는 ‘용광로 청년의 연말’을 비롯해 ‘노숙인 대피소’ ‘쪽방촌의 겨울’ ‘복권’처럼 한국 사회의 그늘진 곳에 눈길을 준 작품이 다수를 이룬다.“아버지 때처럼/ 오늘도 더웠습니다/ 물려주신 가난은 넉넉했고요// 체리를 훔쳤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읍소해보고도 싶지만/ 나라님은 알 바 아닐 테고/ 가난에 관해서는/ 얘기 끝났다 하실 테죠// (…) // 돌아가 아이들에게/ 벼슬 같은 가난을/ 세습해주어야겠습니다”(‘체리와 장군’ 부분)체리를 먹어 보지 못한 초등생 자식들에게 체리 맛을 보여주고자 아파트 현관문 앞 시가 3만원짜리 체리 택배 상자를 훔친 엄마에 관한 기사에 단 댓글 시다.“돌아보지 말 것./ 섭섭한 마음 들거든/ 낯익은 얼굴 앞을 두어 번 선회할 것./ 바다에는 벽이 없으니/ 서남쪽으로 한 시간쯤 내달려/ 맺힌 응어리를 풀어줄 것./ 흰긴수염고래, 바다거북, 해마, 문어/ 새우를 만나면 그처럼 허리 숙여 인사 나눌 것./”(‘당부’ 부분)

2014년 5월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5.17 범국민 촛불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4년 5월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 5.17 범국민 촛불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email protected]

2009년 포획돼 서울과 제주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2013년 7월 제주에서 방류돼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는 기사에 단 작품이다.댓글 시인 제페토의 신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본인은 대면 인터뷰는 물론 출판사를 통한 서면 인터뷰 역시 마다했다. 나이와 성별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2010년 건물 3층 외벽 유리창을 청소하다 추락사한 김모(41)씨에 관해 쓴 댓글 시 ‘이름 모를 친구에게’에 “하필 당신 나와 같은 나이냐”라는 구절이 나오는 것을 참조하면 40대 중후반 남성일 것으로 짐작된다. 2014년 5월 세월호 추모 집회(사진)와 관련해 쓴 시 ‘집을 나서며’를 보면 그는 댓글 시와 집회 참여로 한국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참하고자 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보인다.“나는 염세주의자인데/ 지독하게/ 겁도 많은데/ 광장행 버스를 타겠다// 방석 대신/ 소설이 빼곡한 신문지를/ 아스팔트 위에 깔고 앉아서/ 세상 바닥이야 으레 차가웠으니/ 그러려니 하겠다// 요구하겠다. 듣든 말든/ 미치도록 하고 싶던 말을/ 물론, 소리치기에 앞서/ 살아만 있던 입은 오늘부로 죽이고/ 성층권에서만 배회하던 머리도/ 뚝, 떼어 버리고// 주먹을 쥐고서/ 고개를 들면서”(‘집을 나서며’ 전문)

 

[시인의 마을] 마흔

마흔  박 성 우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 거울을 보고 있는 사내를 본다 광대

뼈가 불거져나온 마흔의 사내여, 너는 산다 죽을 둥 살 둥 살고 죽을 똥 살 똥 산다 죽을 똥을 싸면서도 죽자 사자 산다 죽자 사자 살아왔으니 살고 하루하루 죽은 목숨이라 여기고 산다 죽으나 사나 산다 죽기보다 싫어도 살고 죽을 고생을 해도 죽은 듯이 산다 풀이 죽어도 살고 기가 죽어도 살고 어깨가 축축 늘어져도 산다 성질머리도 자존심도 눌러 죽이고 산다 죽기 살기로 너를 짓눌러 죽이고 산다 수백번도 넘게 죽었으나 죽은 줄도 모르고

늦은 밤 거울 앞에 앉은 사내여, 왜 웃느냐 너는 대체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

-시집 <웃는 연습>(창비)에서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25> 김수열 시인의 시집 ‘물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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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서 나고 사는 시인
– 고소한 보말죽의 맛과 냄새
– 제주 4·3의 아픔과 진실을
– 이야기하듯, 노래하듯 전해

– 방언으로, 문자로 읽지 말고
–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 가슴으로 느끼며 읽다보면
– 낯설던 시의 뜻 헤아려져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말이 얼마나 생생한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정돈된 문장, 정확한 발음은 아니라도 우리가 하는 말은 살아있고, 활기차다. 우리의 말이 곧 삶이기에 그렇다. 제주의 김수열 시인이 펴낸 시집 ‘물에서 온 편지’는 제주의 삶을 담고 있다. 제주의 바다처럼 푸르고 생생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또 아프다. 김수열 시인을 제주도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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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시인이 제주시 아라동 노인회관 앞에 서 있는 오래된 멀구슬나무 아래 가만히 섰다.

김수열은 1959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빙의’ ‘물에서 온 편지’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을 펴냈다.

부산에서 첫 비행기로 날아간 터라 속히 헛헛했는데, 시인이 각재기국을 권했다. 싱싱한 전갱이를 손질해 배추를 듬뿍 넣고 된장을 푼 제주도 토속음식이다. 시인을 따라 각재기 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풀어냈다. 먹기가 더 수월했다. 한 숟가락 떠먹었는데, 속이 확 풀리는 깊은 맛이다. 한 그릇 먹고 나니 든든하다.

김수열은 제주시 아라동에서 살고 있다. 큰 키로 성큼성큼 걷는 시인의 뒤를 따라 아라동을 돌아보았다. 아라동에는 시인의 단골카페가 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마치 집필실처럼 생각하고 들르는 곳이다. 시인이 즐겨 앉는 탁자는 도서관 책상처럼 널찍하고 튼튼했다. 그가 마을산책 때마다 만나는 멀구슬나무는 노인회관 앞에 서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고 또 보아온 나무이다. 마을길을 둘러싼 돌담 위로 드리워진 담쟁이덩굴에는 단풍잎이 아직 매달려있었다. “돌담이 제법 높아서 거의 성곽처럼 보이지 않아요?” 시인이 돌담을 쓰다듬었다. 그는 개발광풍에 휩쓸려 나무가 베어지거나 돌담이 쓰러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마을을 산책한다. 그 마음으로 제주섬에서 살며, 제주의 말로 시를 쓰고 있다.

■제주 말로 쓴 시의 맛

물에서 온 편지- 김수열 /삶창 /2017

시집을 보려면 혹 제주방언사전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시인은 “사전이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방언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리를 하면 표준어가 되는 겁니다. 시집 ‘빙의’를 낼 때, 독자들이 제주 말로 쓴 시를 읽기 힘들 거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표준어로 쓴 시를 함께 수록했는데, 시의 맛이 떨어지더군요.”

시집 ‘물에서 온 편지’에 수록된 시 ‘보말죽’의 일부를 읽어보자. 제주시 한림읍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는 작은섬 비양도에서 쓴 시다. 비양도 포구의 식당에서 보말(고둥)을 파내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말씀을 시로 적었다. ‘제주 말로 쓴 시의 맛’을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시다.

“물 싸민 갯것이 강 그거 잡아당/ 솥단지에 놩 개끔 부각헐 때꼬지 솖앙/ 이불바농으로 눈 멜라져가멍 토다아장 그걸 파내엉/ 딱지도 때내곡 또시 고는 체에 놩/ 손으로 박박 문대기믄 요물은 남곡 똥은 해싸지곡/ 똥 해싸진 물에 곤쏠 불린 걸 놩 보글보글 끓을 때/ 보말 요물 넣곡 당근 송송 썰어 넣곡 마늘쫑 쫑쫑 썰어 넣곡/ 다시 바질바질 끓으민 약헌 불에 맞췅 촘지름 넉넉허게 놩/ 휘휘 저시믄 그게 보말죽이주/ 배추김치에 참깨 절인 것에 혼번 먹어봐, 잘도 코시롱허여”

이 시를 ‘문자 읽기’로 하면 제주 방언 때문에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품을 게워낼 때까지 삶아낸 보말을 굵은 이불바늘로 돌돌 돌려 똥까지 깨끗하게 파내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보말죽을 끓이는 과정을 상상하며 읽으면 시의 맛이 느껴진다. 채에 놓고 문대면 살만 남고, 보말똥이 흩어져 물에 녹고, 그 물에 불린 흰쌀 넣고 보글보글 끓이고, 당근 마늘쫑 넣고, 참기름 둘러 배추김치와 함께 먹으면 얼마나 고소할지 입에 침이 고인다.

그렇게 상상하는 동안 몇 개의 제주 방언을 알게 됐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시인은 말했다. “요즘은 제주에서도 이렇게 보말죽 끓이는 사람이 없다고 해요. 할머니가 남긴 ‘보말죽 레시피’인거죠.” 이 시는 할머니의 말과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는 문자 이상의 것을 품고 있는 것이다.

■말과 삶을 품은 詩

김수열의 시를 읽으면 제주에서 출발한 잔잔한 파도가 육지에 선 나의 발밑으로 밀려와 닿는 기분이다. 시는 글자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임을 알게 한다. 모르는 말이 있으면 또 어떤가. 그 말은 그대로 두고, 또 읽었다. 그걸 몇 번 반복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자. 그러면 처음에는 낯설었던 말의 의미가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시집 ‘물에서 온 편지’가 품고 있는 제주 4·3의 아픔과 진실도 그렇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시 ‘몰라 구장’은 4·3을 기억하는 섬사람들의 기억 하나를 이렇게 들려준다.

“아이구 말도 마라, 우리 동넨 몰라 구장 덕분에 살았주 경 안 해시믄 하영 죽어실 거라, 4·3 시절에// 군인 경찰이 들이닥쳔 우리 구장신디 누게 누게 어디 갔느냐 물으니까// …몰라……모르커라”

구장의 목숨 건 ‘모른다’는 이렇게 이어진다. 모른덴허난, 정말 모르쿠다케, 모르는 걸 어떵합니까…. ‘모른다’는 섬의 말이 그대로 가슴에 와서 박히는 듯하다. 말의 힘이 사람을 살렸고, 시로 남았다. 김수열 시인의 시집에는 ‘말과 삶’이 있다.

토론토 시인 권천학씨 순수문학사 영랑문학상 수상

본보 고정 필진 권천학(토론토·사진) 시인의 시집 ‘길에서 도(道)를 닦다’로 한국의 순수문학사가 선정하는 ‘영랑 김윤식 문학상’의 제22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1월 한국에서 열린다.

이달 말 출판 예정인 시집은 128쪽에 기행시 위주의 65편, 번역시 3편 등 총 68편으로 이뤄졌다.

1부 ‘나의 길에서’, 2부 ‘대한민국의 길에서’, 3부 ‘역사의 길에서’ 등 총 5부로 나뉜 시집에는 권 시인이 한국, 중국 등으로 역사기행을 하며 적은 남북 관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시를 담았으며 본인이 직접 그린 표지와 삽화도 볼 수 있다.

영랑문학상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측은 권 시인에 대해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중견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소개하며 “그동안 역량 있는 시를 꾸준히 써온 그는 현재 토론토는 물론 한국,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주목 받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시인(사진)이 한인문인협회(회장 김영수)의 초청으로3일 오전 토론토에 도착했다.

김 시인은 4일(토) 오후 5시 더프린서울관(3220 Dufferin St.)에서 개최되는 문인협회 40주년 기념행사 및 6일 오후 6시30분에 열리는 피플스교회(374 Sheppard Ave. E.)에서 각각 강연할 예정이다.

섬진강(1985), 맑은 날(1986) 등 다수의 시집을 펴낸 그는 최근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로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캐나다 한국문협 강은소 시인, 첫 시집 발간

만해백일장 대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여성성 살린 작품 돋보여

캐나다 한국문협의 자문위원인 강은소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이 오지 않는 저녁(도서출판 북인)’을 펴냈다. 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을 드러냄과 동시에 여성들에 대한 책임 의식도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 만해백일장 대상을 수상한 강은소 시인은 밴쿠버에 살면서도 꾸준히 시작 활동을 이어와 첫 시집을 발간했다.

강 시인의 대표 작품인 ‘저녁산책’ ‘역으로 가는 길’ ‘족두리풀’ 등을 살펴보면 제목에서부터 세심한 여성성과 세월에 대한 그리움 등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다.

강은소 시인은 작가 내면의식에 자리잡고 있는 여성성이라는 명제를 섬세하고 담담한 어조로 표현해 내고 있다. 다음은 강 시인의 대표시 ‘역으로 가는 길’ 전문이다.

당신의 행선지가/ 고향 마을 간이역쯤이라면/ 안개비에 물든 이별도/ 가슴 저린 아픔도/ 별일 아니겠지요/ 아직은 아쉬운/ 예순의 고개를 넘지 못하고/ 당신은 떠납니다/ 젖은 상여를 타고 당신은/ 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승의 허물을 벗기 위해/ 잠시 머무는 역/ 음택陰宅으로 가는 길/ 안개는 저 혼자 서러워/ 부서지며 스러지고/ 들꽃은 외줄기 길을 따라/ 무수히/ 흰 수를 놓습니다/ 남은 사람의 몫으로 나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 듯/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 오래도록 흰 들꽃만/ 바라봅니다

강은소

경북 경산 출생. 1992년 만해백일장 대상, <한민족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현대수필>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밴쿠버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현대수필 문인회 회원이다. 수필집으로 <복사꽃 그늘에 들다>가 있다.

경영오 기자 [email protected]


<▲ 캐나다 한국문협의 강은소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이 오지 않는 저녁(도서출판 북인)’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