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 기자의 사람이야기]김지하 시인에게 듣는 희망 메시지

세월호가 물에 잠기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김지하 시인(73)이 서너 번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슬픔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죽은 이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모든 국민이 상(喪)을 당한 것처럼 비탄에 빠져 있는 데다 다들 예민한 시기라 감히(?) ‘희망’을 말하는 그의 말을 전한다는 게 시기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제 참사가 한 달여를 넘겼다. 대통령 담화가 나오고 새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인 22일 그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간 것은 한 가닥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될 시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터뷰에는 그의 아내이자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영주 토지문화관 이사장이 함께했다. 김 이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맹골수도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하도 답답해 다른 나라는 어땠는지 훑어보니 우리만 이런 일을 겪은 건 아니었다. 더한 일도 겪었더라. 그들은 천천히 변해왔는데 우리는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과정이 더 치열하고 아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든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아이들 죽음을 어떤 역사적 소명으로 부활시켜야 한다.”

이어 김 시인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족정신”이라고 말을 받았다.

“우리 민족정신의 핵심을 짚어 올린다면 어둠에서 빛을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6·25전쟁도 겪은 민족이다. 극도의 절망 속에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많다.”

―최근 겪은 비극으로는 ‘광주’도 있다.

“감옥 안에서 ‘광주’를 듣고 더이상 정치투쟁으로는 민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출소해서 생명 문제를 연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어떻든 이번 비극도 잘 승화시켜야 한다. 아이들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단원고 아이들이 욕되고 탐욕스러운 어른들을 거국적으로 반성하게 해준 거다. 대한민국이 다시 제대로 가도록 인도를 해준 거다. 그들의 죽음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