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노래처럼… 덤덤히 떠난 ‘캐나다의 음유시인’

최근 세상을 떠난 캐나다의 가수 레너드 코언은 지독한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해부터는 통증이 심해져서 음반 녹음 중단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결국 코언은 작곡가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아들의 도움을 받아서 휠체어에 앉아 노래하며 가까스로 녹음을 마쳤다. 타계 한 달 전 출시된 그의 14번째 스튜디오 음반 ‘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You Want It Darker)’는 결국 유작(遺作)이 됐다.

코언의 ‘백조의 노래’가 된 이 음반을 들어보면, 그가 왜 밥 딜런과 더불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는지 대번에 실감하게 된다. 첫 곡인 동명(同名) 타이틀 곡 ‘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부터 코언은 문학적 비유로 가득한 가사와 빈틈없는 운율을 들려준다. “당신이 딜러(dealer)라면 난 게임을 그만두겠지. 당신이 힐러(healer)라면 난 망가지고 절뚝거리겠지”(‘당신은 더 어둡기를 바라죠’) 특유의 저음으로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과거의 ‘음유시인’이 우리 시대로 걸어나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실제 코언의 꿈은 가수보다는 시인이나 소설가에 가까웠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1956년 첫 시집을 냈고, 1963년에는 첫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결국 1967년 첫 음반을 발표했다. 선불교에 심취해 1994년부터는 음악 활동을 중단한 채 5년간 수도원 생활도 했다. 사랑과 신앙, 고독과 절망이 뒤섞인 가사도 이처럼 독특한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라디오 애청곡이었던 ‘난 당신의 남자(I’m Your Man)’가 유명하다. 해외에서는 ‘할렐루야(Hallelujah)’가 그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1984년 발표 당시에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지만, 31세에 요절한 가수 제프 버클리(1966~1997)의 리메이크 버전이 인기를 얻으면서 뒤늦게 코언의 원곡도 재조명을 받았다. 밥 딜런부터 저스틴 팀버레이크까지 200여 명이 이 곡을 불렀다.

유작이 된 이번 음반의 ‘테이블을 떠나며(Leaving the Table)’에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이렇게 읊조린다. “내가 이렇게 된 것에 별다른 이유가 필요하진 않아. 지겹고 따분한 변명거리들은 있으니까. 난 테이블을 떠나네. 게임을 그만두려고 해.” 그렇게 조용하고 덤덤하게 ‘캐나다의 음유시인’은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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